PaTI 워크점프수트 이야기

파티가 만든 작업자의 옷




파티는 매년 신입생에게 점프수트 작업복을 선물합니다. 손과 몸으로 하는 작업을 존중하는 파티의 마음이 담겨있는 선물입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전통으로 점프수트는 파티의 교복이자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위 사진은 2015년 가을, 파티 3기 배우미(학생)들이 <펠릭스 노어 워크숍>에서 점프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작년까지는 기성품에 파티 로고를 자수로 넣어 학교 내에서만 사용했지만,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초기 제작비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펀딩 시작 2일 만에 한정 수량 80벌이 완판되며 후원금 10,381,000원이 모여 무사히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파티 점프수트는 '몸집이 작은 사람에게도 잘 맞는 점프수트는 없을까?'의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어, '평소에도 입을 만한 분위기로는 못 만들까?'의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문 작업복의 다소 무겁고 거친 느낌보다는 드로잉, 실크스크린, 실기워크숍, 원예 등 조금은 가벼운 작업과 여행과 같은 야외 활동에 두루 어울리는 캐주얼한 옷으로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작업자의 창작과 활동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구석구석 꼼꼼히 만든 작업자의 옷, <파티 워크점프수트 PaTI WORK JUMPSUIT>입니다.







제작일기 #01 

“점프수트에 달 새로운 라벨을 위해 동대문종합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는 동대문종합시장 건너편의 '의류부자재의 원조' 동화상가입니다. 주머니 옆에 부착할 작은 포인트 라벨은 직조 라벨로 정했습니다. 직조 라벨의 색상은 실 스와치를 보고 직접 고릅니다. 빨간색 바탕에 글씨의 흰색 실이 사용되면 또 전체가 조금 더 밝아진다고 하니 상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 장애가 왔지만 이겨내며 선택했습니다. 최소 제작 수량이 1000장이라 더 신중하게.. 가서 고르지 않을 때는 팬톤칩 색상으로 말해주면 된다고 하네요.” (2021.6.10)



제작일기 #02 

“이번 점프수트는 새로운 천으로 만듭니다. 새 천으로 된 옷이 어떤지 알기 위해 옷 샘플을 만들었습니다. 새로 제작한 라벨도 달았습니다. 샘플을 받아보니 실 색깔이 원단과 맞지 않아서 실을 사기 위해 또 동대문종합시장에 갑니다. 종합시장 지하층에 실 업체가 많습니다. 어느 조명에서 보는가에 따라 실 색깔이 미묘하게 다 달라져서.. 고민에 빠집니다. 천 스와치 위에 실을 대보며 가게 사장님과 의논해서 결정했습니다. 샘플 옷은 직접 여러 번 빨아보며 세탁 테스트도 합니다.” (2021.7.13)



제작일기 #03 

“화보 촬영을 위해 미리 부탁드린 샘플 옷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점프수트는 검정과 진회색 두 가지 색상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M과 XL 사이즈로 각 2벌씩 샘플을 만들었습니다. 촬영은 다음 주에 이상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일배우미 차차와 함께 옥상부터 지하 생생당까지 공간을 둘러봤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 서로 의견 내면서 테스트로 (차차를 세워 놓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이 어려워서인지 더워서인지 땀이 뻘뻘 났습니다.” (2021.7.22)



제작일기 #04 

“점프수트 화보촬영이 지난 금요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촬영은 수기수기가 진행해주었고, 모델 두 분을 모셨습니다. 지하 생생당에 세트를 마련해두고 피팅컷과 디테일컷을 찍었습니다. 습하고 더운 곳에서 옷이 쉽게 구겨져, 촬영 중간중간에 수시로 핏을 만져주었습니다. 이미지컷은 이상집 내/외부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컨셉으로 진행했습니다. 중간공간제작소를 포함한 모든 이상집 곳곳의 특유의 분위기와 들어오는 자연광이 사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촬영 당일 구름이 많아 야외촬영이 너무 어둡게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차분한 톤으로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이번 촬영을 위해 레퍼런스를 준비했는데, 더 꼼꼼한 서치와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서, 사진에서 옷이 잘 보이는지와, 모델의 포즈와 표정, 색감/온도/구도 등 모든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글_차차, 2021.8.2)



제작일기 #05 

“수기수기 스튜디오에서 점프수트 디테일컷 촬영을 마지막으로 이번 촬영이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옷매무새를 고쳐가며 대칭을 맞추고, 주름이 그림자 지지 않도록 톡톡 만져가며 모양을 잡았습니다. 옷의 상세컷을 찍다보니, 옷을 보다 꼼꼼히 관찰하게 되었는데요! 섬세한 디테일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핏이 사는 원단과 양쪽 주머니에 달린 펜꽂이, 오버로크가 아닌 쌈솔로 더욱 정교하게! 파티숍의 첫 번째 프로덕트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글_차차, 2021.8.9)



제작일기 #06 

“파티가 점프수트를 직접 만들게 된 뒷이야기를 말씀드립니다. 2021년 새배우미의 점프수트는 작년까지 저와 친구 박혜지가 함께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돈도 벌자!'라고 출발했던 작은 브랜드 "참새잡화"의 옷입니다. 아쉽게도 애써보았지만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디자인과 연극' 수업을 진행하는 출몰극장 멤버이기도 해서 파티 배우미들이 점프수트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폐업하며 다른 모든 재고들은 90% 할인으로 처리했지만, 열심히 만들었던 당시 출시 갓 2개월의 점프수트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옷이 잘 어울리는 곳으로 보내는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파티에 메일을 드렸고, 이에 파티가 흔쾌히 매입을 결정해 주셔서 새배우미에게 건네질 수 있었습니다. 

참새잡화는 '작업자와 창작자의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실제 작업을 할 때 입을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작업하는 나'를 상징하는 옷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만큼 만듦새에 공을 들이고 신경 쓴 '잘 만든 작업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위한 옷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업하는 생활, 창작하는 삶과 함께하는 옷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폐업으로 사라질 옷이었는데.. 그 순간 파티가 참새잡화의 작업복을 파티에서 이어가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비록 지금 제가 파티의 일원이긴 하지만 "파티가 지향하는 어떤 것을 참새잡화가 만들었다- 혹은 만들고자 했다"라고 감히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작업자의 좋은 제품을 같이 살리고, 잇는 일 자체가 파티스러운 것 같기도 합니다. 박혜지와 저, 참새잡화 2인은 좌충우돌하며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던 이 옷의 명맥이 이어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글이었습니다. 이런 인연의 옷입니다. 파티에서 계속 발전해나가며 더 멋진 옷이 되길 바랍니다.” (2021.8.11)



제작일기 #07 

“파티 워크점프수트 텀블벅 펀딩 완판 되었습니다! 파티 네트워크의 힘을 느꼈습니다! 후원자님들의 손에 무사히 가기까지.. 제작일기는 계속됩니다~ !” (2021.8.13)



제작일기 #08 

“텀블벅 펀딩 후원자님들께 파티 로고 연필을 감사 선물로 드리기로 했습니다. 연필 끝이 미리 깎여 있어서 옷이 상하지 않으려면 포장이 꼭 필요합니다. 개수도 많지 않고(80개) 되도록 비닐 포장을 피하고 싶어서, 파티 프린트 실에 남아있는 자투리 색지들을 이용했습니다! 일배우미 차차가 하나하나 자르고, 접고, 스탬프 찍은 것을 집에 가져가서 재봉으로 마감했습니다. 스탬프 색이 보라색으로 보이는 경우는 흰 실, 검정색으로 보이는 경우는 검은 실로 선택했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받으시는 분이 기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을 들여 봅니다!” (2021.8.31)



제작일기 #09 

“텀블벅 펀딩 리워드 점프수트를 어제 무사히 발송했습니다! 포장 로봇이 된듯한 차차가 야무지게 포장했습니다.” (2021.9.8) 



제작일기 #10 

“패키지 이야기입니다. '되도록'을 되뇌이여 작업했습니다. 첫째, 되도록 친환경. 둘째, 되도록 단가 낮추기(소비자, 판매자 모두를 위하여). 맞춤 제작을 하면 비용이 크고 양도 많아서 시판 제품을 적절히 섞어 쓰기로 했습니다. 

우선 택은 최대한 생략하고, 먼지 방지용 포장을 OPP 비닐 대신 종이로 했습니다. 신문용지 계열이 100% 재생용지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갱지를 선택했습니다. 파티 점프수트 포장에 쓰인 갱지는 신발 속에 구겨 넣는 충전재로 많이 쓰이는 가장 하급 갱지입니다. 거친 촉감과 특유의 굵은 잡티가 도리어 맘에 들었습니다. (가격도 저렴) 대신 부드럽고 잘 찢어져서 포장할 때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처음 써보는 것이라 혹시 종이 먼지가 묻어날까 봐 안쪽에 노루지로 한 번 더 감쌌습니다. 노루지는 재생용지는 아니라고 합니다. 뻣뻣하기도 해서 소진 후 생략하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종이로 포장하니 옷 색상이나 사이즈를 확인할 수 없어서 포장지를 고정하는 스티커에 색상과 사이즈를 적기로 했습니다. 스티커에 존재 이유가 하나 더 생겨서 조금 좋았습니다. 스티커 위로 끈을 묶었습니다.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 외에 되도록 하지 않는다'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내적 갈등이 있었지만, (심지어 포장할 때 번거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식이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검정색 점프수트는 검정색 끈으로, 회색 점프수트는 흰색 끈으로 묶었습니다. 끈은 100%면은 아니고 폴리가 약간 섞여 있습니다. 

택배상자는 서치해보니 테이프가 필요 없는 친환경 택배상자가 개발되어 있어서 기뻤습니다. 물론 가격은 더 비싸지만 '여기에는 비용을 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겉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파티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이것도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었기에 또 내적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스티커를 붙이니 역시 좀 더 번듯한 느낌이 나고 보낸이가 쉽게 확인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택배상자에 뜯기 편하도록 미싱 칼선이 들어가 있는데 그게 눈에 잘 안 띄어서 고민하고 있는 걸 보고, 민선이 화살표 모양의 지우개 도장을 짠~!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라면서 상자에 도장을 찍다 보니 점점 예쁘게 잘 찍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은근히 수작업 과정이 꽤 있어서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막 입을 작업복을 그냥 툭 보내는 느낌이 아니라 '옷을 입을 분과 이 옷을 존중하며 소중히 보내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아직 감당할 수 있는 때이니 연구하면서 이것저것 실험해 보려 합니다.” (2021.9.9)



제작일기는 샘플 제작부터 첫 물량 80벌을 전달하기까지 이야기로 파티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이제 파티 점프수트는 파티숍에서 정식으로 판매됩니다. 한발 한발 계속 발전하는 작업자의 옷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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